더 이상 영화관에 가지 않는 이유



예전에는 조조할인을 끼고 만원 밑에서 궁금한 영화를 봤었다. 극장에 가면 입구에 검표원도 있고, 볼 영화의 팜플렛을 집으면서 흥미가 가는 다른 영화의 팜플렛을 읽어보기도 하고, 원하는 영화의 입장을 기다리기 위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만원정도 더 내면 팝콘과 콜라도 사먹고 대략 2만원 안에서 극장을 즐길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적당한 가격에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취미였기에 같은 영화를 재관람하러 영화관에 들락날락 한적도 있다.


그러나 요새 티켓값은 어떠한가? 만오천원 선이 기본이다. 만오천원을 들여서 2시간동안 앉아서 내용이 보증되지 않은 영화(감독 및 출연진 평점과 수상여부 등)를 찍먹해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7천원일때야 좀 별로인 영화라도, 다른 관객 매너가 별로여도 하하 웃으면서 보는거다. 가격이 두배가 넘으면 말이 다르지.


거기다 코로나 핑계로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다 짤라버리고 팜플렛도 없애고 티켓도 영수증으로 만들고 위에 언급한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모든 체험요소는 삭제되고 건조하게 필름 상영만 하는 곳이 되었다. 개떡같은 UX/UI의 키오스크에서 하는 발권도 셀프, 입장도 셀프인 요즘의 영화관과 이전의 영화관을 같은 공간으로 분류하기에도 민망하다고 생각한다. 검표원도 없고 최소한의 인원만 매점에 배치해두는게 영화관인가? 백룸이지.


극장들이 주장하는 바는 코로나때 OTT열풍이 불면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인데, OTT덕에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척 하고 있어서 아주 괘씸하다. 영화시장의 반을 먹고 있으니 배째라 식으로 티켓값을 올린 CGV나, CGV가 올리니 같이 올려버린 다른 영화사들의 업보일 뿐이다. 코로나가 끝나니 핑계가 없어져서 괜히 OTT를 걸고넘어지고 있는데, 특수상영관이네 뭐네 하면서 좋은 시간대의 인기 있는 영화는 더 비싸게 받아먹을 궁리나 하는걸 모를 줄 아는가(일반관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있다). 관객을 바보로 아는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극장들의 시간표 장난질과 프리미엄관 장사는 사람들이 더 등을 돌리게 만든다. 


종이 티켓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자. 티켓도 영화관의 '비용절감'을 위해 영수증으로 대체 되었다. 티켓과 같은 종이에 인쇄하려면 큰 '발권기'가 있어야 하는데 영수증 형태로 하면 일반 영수증 롤지를 사용하고 일반 인쇄기로 충분히 인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돈을 받고 플라스틱 카드에 직접 이미지를 넣어 인쇄하는 '포토티켓'을 팔기 시작했다. 인쇄물로 된 티켓에 대한 요구는 선착순 '오리지널 티켓' 등 특수인쇄 티켓으로 때우고 있다. 그러나 모든 영화에 오리지널 티켓이 제작되는 것도 아니며, 누구나 티켓 소진전에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일정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은근 크기가 크기도 있고, 티켓보다는 '굿즈'라 종이 티켓과는 아주 다른 물건이다. 


환경부 규제 때문에 없앴다고 하는 팜플렛 또한 그렇다. 팜플렛은 사라졌지만 극장의 각종 일회용품들은 건재하다. 종이 티켓 대신 도입했다는 '오리지널 티켓'이나 '아트 카드' 등도 각종 코팅이 들어간 재활용 불가능한 종이다. 고객 사은품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각종 '굿즈'를 미끼로 거는 영화들도 늘었다. 그러나 영화관이 굿즈 전문회사는 아니기에 퀄리티가 썩 좋지도 않으며, 팝콘통 굿즈는 자리만 차지하다 버려지기 일쑤다. 이것들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가? 환경을 고려하여 팜플렛이 사라진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보여주기식 정책이라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재활용 불가능한 물품의 생산은 더 늘었다고 본다.


마스킹도 할말이 많다. 마스킹을 안하고 레터박스 보여줄거면 그냥 집에서 아이패드로 대충 보지, 뭐하러 영화관에 가겠는가? 극장의 레터박스보다 내 아이패드 프로의 레터박스가 더 어두울 것이다. 이 또한 CGV가 원흉이다. 인건비 절감하겠다고 영사기사들을 죄다 잘라버리니, 마스킹이 될 리가 없다. 이런건 또 기가막히게 따라하는 다른 극장들 덕에 한국 극장은 마스킹 없이 상영하는게 표준이라 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도 예전만큼은 마스킹을 하지 않는다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거나 기술적 이유로 안하는 것과 코로나 전부터 작정하고 영사기사를 다 잘라서 한명이 여러관을 상영하게 만들어서 안하는 것은 다르다.


2008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 이후 영화관에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각종 분식거리나 치킨, 심지어 회에 초장을 찍어먹어도 영화관에선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영화 상영 전 에티켓 영상 상영때 넣으면 될 일을 방법이 없으니 외부음식 대신 '내부음식'을 팔면 된다! 라는 희대의 발상으로 아예 식사류를 팔아먹고 있다. CGV는 잡채밥을 팔더니 아예 '씨네밀'로 떡볶이와 김치볶음밥을 팔겠다고 한다. 이게 극장인지 분식집인지. CJ쪽으로 푸드까지 다 해먹겠다는 발상과 코로나때 OTT로 '안방극장'에 익숙해졌으니 그와 비슷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극장에 올 거라는 계산같은데, 그럴 사람이면 애초에 집에서 속편하게 OTT를 켜놓고 밝은 곳에서 흘리지 않고 쾌적하게 먹을것이며 나 또한 남이 풍기는 오만가지 밥냄새 맡으면서 영화보고싶지 않다. 


왜 가격은 있는대로 올리고, 코로나 핑계로 사람은 다 잘라서 썰렁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OTT와 다르게 '머무르고싶은 공간'을 하겠다고 분식 장사를 하는 것인가. CGV용산은 아예 자체 레스토랑을 입구에 마련해놨더라(할인받을 수 있어서 가봤는데 맛없고 쓸데없이 비싸니 절대 가지마십시오). 영화 보기 전에 배가 고프면 '식당'에 가던가, 먹으면서 보고싶다면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키지. 애초에 그 코딱지만한 매점 주방에서 뭘 한다고 좋은 퀄리티의 음식이 나올 수 있긴 한가? 


이런저런걸 다 고려하면 OTT독점 영화와 드라마들도 있겠다, 월에 영화관 티켓값보다 싼 가격이 가능한 OTT 4인파티나 구하게 되는 것이다. 나만 해도 2개의 OTT를 구독중이다. CGV가 원흉인 것들이 많은데, CGV가 한다고 따라한 다른 극장들도 수준이 똑같다 하겠다(메가박스는 적자때문에 2년안에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이라 하는데, 체급도 안되면서 CGV따라하다 망하고 있으니 자업자득이다). 만 얼마씩 내고 앞사람 의자를 발로 차는건 안되지만, 온갖 분식을 먹어도 되는 공간에 마스킹도 안된 영화를 시간 내서 보고싶지도 않다. 그냥 OTT에 올라올때까지 기다리던가 올라오지 않으면 아예 보지 않는다. 극장들이 그렇다고 티켓값을 내리지도 않을 듯 하니 앞으로도 내 발로 영화관에 갈 일은 없을 듯 하다.  극장이 전과 같은 공간이 되지 않고 매력을 잃은 이유는 극장들이 인건비 아끼겠다고 스스로 버린 것들에 있다.코로나 지났으니 회복될거라고 정신승리들 열심히 하고 있던데, 앞으로도 꾸준한 적자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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