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관세 513%에 대한 음모론


오늘도 한가롭게 트위터를 하다 천인공노할 글을 보았다. 오설록이 가격대비 품질이 훌륭한 차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한국의 디저트 시장이 이토록 비대한 것에 비해 음료는 커피외엔 절멸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녹차 관세 513.6%, 홍차 및 발효차 60.7%라는 기합찬 관세율덕이라 할 수 있다. 이 해괴한 513.6%이라는 관세율은 '녹綠'차 이기만 하면 전부 포함이라 백차, 우롱차, 황차 등등도 싸그리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에서 수입이 되더라도 엄청나게 비싼 소비자가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관세컷 이하(150달러 또는 5kg이하)에서 사는 수 밖에 없다. 솔직히 탄소발자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 시대에 백차 한개 포함해서 다른것도 겸사겸사 사겠다고 몇개 넣으면 150달러가 넘었다고 쪼개서 구매하는 것은 내 지갑도 눈물나고 지구에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를 물마시듯이 하던 시절, 아직 이런 무지막지한 관세에 대해 모르던 나는 마리아쥬 프레르에서 약 4만원짜리 백차를 포함해 이것지것 담았고 아마 관세청쪽에서 걸려왔던 전화 한통을 받는다.

-님 이거 과세대상인데요

-헉 네네 얼마 내면되나요

-녹차 세율이 513%라 대략 20만원정도...

-?????????????? 이거 백차인데요?

-판매처에서 그린티라고 써놨는데요 바꿔달라고 요청해보시던가요 

그러나 마리아쥬 프레르가 일개 개인의 요청을 들어줄리는 없었고(메일 읽씹당함) 가난한 대학생에게 20만원은 벼락과도 같았기 때문에 피눈물나는 약 5만원의 '폐기수수료'를 '폐기대행업체'에 지불하고 차를 폐기하는 결말을 맞이하였다. 

혹시나 하여 이 글을 작성하며 차의 HS Code(국제통일 상품분류체계에 따라 무역상품을 분리하기 위한 코드)를 살펴보니 녹차(발효되지않음) / 기타녹차(발효되지않음) / 홍차(발효됨) / 기타홍차(발효됨) 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를 고려하여 마리아쥬 프레르 측에서도 녹차-발효되지않음-으로 적어서 보낸것이 타당하겠으나 문제는 꼬레아에선 513.5%의 관세율의 싸대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무식이 죄라 하렸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비싼것인가? 하고 알아보니, 고추나 참깨, 인삼, 녹차 등 63개 품목에 대해선 국민 식생활과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관리품목으로 선정하여 이런 무지막지한 관세를 갈기고 있다는 것이렸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있어 이에 대해 알고 있거나 전보다 수입되는 종류의 차가 꽤 많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은 잘 없겠지만, 나의 일화로 비추어보아 왜 국내에 시판되는 수입 녹차와 우롱차 등의 가격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개싸가지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저트와 곁들여 마시는 필수음료중 하나인 차의 시장이 이렇게 텅 비어있는데, 이런 개꿀통을 사상검증하시는 정경유착의 대표기업 대황 아모레 퍼피식(오타아님)께서 놓칠리가 없다. 대략 10년전즈음부터 아모레는 해외의 가향차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카피)하기 시작하고 카페 매장을 늘렸으며, 미식에 뚜렷한 호오가 없는 사람들은 적당히 패키지도 예쁘고 명절선물용으로도 대충 구색을 갖추고 있으며 전통적이지만 너무 구려보이지 않으니 많이 사갔다. 혹시 이들의 패키징에서 일본 루X시아가, 가향 방향에서는 마리아X의 데자부가 느껴졌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가향차는 순수히 차의 잎 퀄리티만으로 승부보는 장르가 아니라, 어느정도 품질을 긴빠이 치는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꿀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가향차에서도 가향만으로 진검승부를 보는 해외의 브랜드들이 존재하나, 차의 가향 또한 화학과 식재료의 영역. 허구한날 연구예산 깎고 중간 유통상들만 돈을 빼먹는 이 기이한 한국의 시장구조에서 제대로 된 가향차가 제조될 순 없다. 

그렇다고 오설록을 제외한 다른 한국의 차 제조사들은 어떠한가? 감성만을 믿고 패키징에만 돈을 투자한 차, 어느 스님이 덖었다는 개졸라 비싼차, 맛이 나쁘지도 않고 뭐 그럭저럭 괜찮으나 대체 언제 어디서 판매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차 천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정신나간 관세율때문에 보호받는 개꿀통에서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으므로(제품 개발에 공을 들인다거나, 접근성에 대한 고려를 해주던가), 결국 혓바닥의 호오가 분명한 나 같은 인간들은 해외에 나갈때마다 쟁여오는 수 밖에 없는것이다. 


차라는 것은 비싼차와 저렴한 차의 차이를 관심 없는 사람이 알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번 '깨닫고' 나서 부터는 역체감이 너무 극심하여 어느 정도 수준이 되지 않는 차를 마시면 에퉤퉤 구정물 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가향차에서는 원래 차의 품질을 가리기 위한 것에서 시작하였으니 알기 힘들 것이다 라고 생각하였으나, 가향차에도 '구림'이라는 것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을 국내 차 브랜드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이들이 열라게 개발했다고 내놓는 차들 검색해보면 이미 해외 차 브랜드에서 다 내놓은거다. 열화버전이면 생색이라도 내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죄다 해외 브랜드 차 카피품에 관세로 보호받으면서 생색은 정말 열심히도 낸다. 난 이게 싫다. 이 글은 한국의 게으른 개노맛 차 브랜드들에 대한 분노로 작성되었으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 수입차 외엔 마시지 않을것이라 피로 맹세한다. 


20:46 약간의 비문과 오타를 수정하였다. 극대노로 쓴 글이라 양해바란다. 이 이상 퇴고하면 쪽팔리므로 이미 박제당한 글들의 쪽은 감수하도록 하겠다.

Comments